싱가포르 생활 물가에 대해 알아보자 – (4) 의료비

막연하게 비싸다고만 알고 있는 싱가포르의 생활 물가는 과연 어떤가?

기본 의식주, 교육비, 교통비 다음에 이어 설명할 물가 항목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일 말도 안되는 의료비이다.

우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절대적인 가격이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다는 느낌이 든다. 두 번째 이유는 책정된 가격에 발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의사들의 임상 실력이다. 마지막 이유는 뭐 하나 추가로 제공되지 않는 청구 내역들이다.

물론 싱가포르 의료비가 세계에서 가장 극악하다는 미국의 의료비와 비교해서 좀 더 나을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필자 개인으로는 경험한 바가 없으므로,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은 한국과의 비교가 주를 이룬다고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또한, 이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직접 경험 및 간접 경험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아주 객관적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외국인으로서 실제로 생활하며 느낀 바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우선 싱가포르의 의료 체계의 구성부터 살펴보자.
  1. 1차 의료
    주로 전문의가 아닌 의원 (GP, General Practitioner) 또는 공공 Poly clinic에서 1차 의료가 수행되고 있다. Poly Clinic의 경우, 한국의 보건소와 다소 유사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Poly Clinic을 가본 적은 없다). 주로 감기 등 자잘한 질병 및 부상을 진료 받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하게 되며, 일부는 2차 의료 기관으로의 진료 의뢰 (refer)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가게 된다. Refer를 받아서 가는 경우에만 정부 보조금 혜택, 보험 처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2차 의료 기관으로 바로 가는 경우는 현지인 사이에서는 흔하지 않은 듯 하다.
  2. 2차 의료 이상
    전문의 (Specialist)가 진료하는 병원에는 사립 및 공공 병원이 병립하고 있다. 주로 사립 병원은 대기가 짧은 편이나 공공 병원보다 훨씬 비싸고, 공공 병원은 그 반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2차 의료부터는 비용이 심하게 비싸게 느껴진다. 외국인의 경우 보험의 보장 방식에 따라 2차 의료를 바로 찾기도, GP를 거쳐 찾기도 한다.

현지인에게는 나름대로의 공공 의료 보험 제도가 존재하는데, 필자는 외국인으로서 자세히 알지 못하므로 그 내용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외국인이 싱가포르에서 거주하며 아플 때, 어떻게 진료 과정을 거치고 비용이 어느 정도 드는지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우선 싱가포르에서는 가볍게 아플 경우 앞서 언급한대로 GP에 방문하게 된다. 간단한 진단을 받고, 약을 해당 병원에서 함께 구입하고 나온다 (의약분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진료비의 경우 동네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보통은 30~50 싱달러 정도가 청구된다. 이에 더하여 약을 처방받는데,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가벼운 증상의 경우 대략 30~50 싱달러 내외의 약을 구매하게 된다. 그래서 GP에 한 번 방문하면 적은 경우 50 싱달러부터, 많은 경우 100 싱달러 내외를 지불한다 (한국에서는 약값 포함 대략 5천원 정도 들 것이다).
다만, 독감 같은 특정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 및 특정 약을 구입하는 경우 뜻 밖에 많은 금액을 지불할 때도 있다.

그나마 1차 의료 기관 의료비는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나, 2차 의료 기관부터 병원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가벼운 질병의 경우 GP에서 대체로 처리가 되지만, 거기서 해결되지 않는 질병, 상해의 경우는 2차 의료 기관의 신세를 져야만 한다.
우선, 2차 의료 기관은 진료비부터가 GP 대비 약 2배 이상이다. 물론 공공 병원의 경우 GP 대비 30~50% 비싼 수준인 것으로 이해되는데, 사립 병원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인 듯 하다.


특히, 상해로 인한 수술이 들어가는 순간, 병원비에 대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보통 뼈가 부러졌을 때, 첫 응급치료부터 완치가 되는 순간까지 병원비는 거의 예외 없이 10,000 싱달러 단위의 비용이 소요된다. 실제로 필자 친구의 아들이 축구를 하다 팔이 골절됐는데, 총 병원비가 25,000 싱달러가 들었다고 했다.

또한, 입원을 하는 경우도 정말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간다. 필자는 작년 뎅기열로 통원 치료를 하다 혈소판 수치가 너무 떨어져 응급 상황을 대비하여 중상급 사립 병원에 하루 입원을 한 적이 있다. 6인실에서 24시간도 채 있지 않았고, 의사가 입원시 안내를 위해 5분 가량 방문하여 설명한 것과 다음 날 피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퇴원 처리를 해주기 위해 또한 5분 정도 방문했었는데, 입원비 포함 총 병원비가 2,300 싱달러 가량이 나왔다. 이 중 의사 진료비 항목은 무려 800 싱달러에 달했다. 정말 부르는 게 값인 병원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개인적으로 한국과 비교해서 느끼는 의료진의 평균적인 수준은 너무나 형편 없다. 인구가 적은데다 병원비가 비싸 왠만하게 아프지 않고서는 약을 사먹거나 GP에서 처리해서 환자 임상경험이 적어서인지 싱가포르 의사들의 진단 수준은 정말 너무나 처참하리만큼 수준이 떨어진다. 이는 필자 및 필자의 다수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으로, 아파서 병원을 찾는 경우 대부분 무슨 병인지 진단 자체를 유보하는 경우가 대체적이며, 진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대체로 신뢰할 수가 없다.

받은 진단이 잘못되어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거나 엉뚱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있는 복약을 하게 됐다는 사례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GP에서 커버할 수 없는 질병이 의심되는 경우 한국에 잠시 들어가 진단 및 치료를 받고 오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한국인 외에 다른 외국인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긴 하다.
또한, 싱가포르 병원 내에서 시행되는 의료비는 정말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세분화되어 청구가 되는데, 예를 들면 피를 닦기 위해 사용한 알콜솜 등 1회용품

외국인 입장에서 이러한 무시무시한 병원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설 의료 보험 가입이 필수적이다.
회사에서 이러한 사설 의료 보험에 가입해주는 경우,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꽤 큰 부담을 지며 개인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보험 가입 방법은 싱가포르 내에서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는 방법과 장기 여행자보험을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싱가포르 내 보장성 보험의 경우, 커버리지 범위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GP 치료 비용에 대해서는 전액을 보장하되, 2차 의료기관 비용은 GP를 통해 referral이 되는 경우에 본인 부담금 일부 외 전액을 보장하는 형태가 일반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장기 여행자보험의 경우, 1년 단위로 장기 해외 체류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에 대한 보장을 해주는 플랜으로 싱가포르 내 보장성 보험 가입하는 것 대비 훨씬 저렴하고 빠른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나, 전년도 보험금 청구 내역이 보험료를 초과하는 경우 다음 해 가입이 거부된다는 리스크가 있다.

어찌됐건, 해외 살이를 하면서 아픈 것은 서럽기도 하거니와 싱가포르의 경우 저품질/고가격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라. 아프지 않도록 건강을 잘 챙기는 것만이 유일한 대비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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